류치쿵은 1958년도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한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문화혁명이 시작된 다음 해에 투옥돼서 7년간 옥고를 치렀다. 당연히 감옥에서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석방된 직후부터 순회공연에 나섰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피아노를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연주에 나선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연주력이 감옥에 가기 전보다도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피아노를 7년간 만질 수 없었음에도 연주력은 오히려 향상된 것이다. 평론가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류에게 물었다. 류의 대답은 간단했다. 자신은 매일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연주해봤던 모든 곡의 음 하나하나를 마음속에서
연습했다고 했다.

우리의 뇌는 상상과 실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 우리의 뇌가 상상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발레를 이미 배운 사람은 발레를 하는 비디오를 보기만 해도 실제로 자신이 발레를 할 때와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Calvo Merino et al., 2004). 마찬가지로 특정한 신체적 통증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통증 경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통증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Crezes & Decety, 2001)


전우영의 [프라이밍]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