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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듣는' 용기

  • 날짜
    2018-04-08 20:58:55
  • 조회수
    634

 내가 가장 욕심을 낸 메세지는 진실을 '듣는'용기였다. 자식이 성폭력 사건을 터놓기도 힘들지만

말했을 때 엄마의 태도는 어떠할까. 부정하거나 꾸짖는다.

"너가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라며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다.

몇 가지 이유에서다. 엄마들도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교육을 받았을 테고

자신의 묻어 두었던 피해 경험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딸들은 두번 아프다. 가까운 사람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순간 손을 

내밀었을 때 뿌리치는 엄마, 나중에 가해자와 함께 엄마가 아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극본에 넣었다. 듣는 능력이 퇴화한, 나를 비롯한 어른들 교육용으로.

 

 진실은 말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듣는 데 있는 것이다. 말할 권리(the right to speak)와

들릴 권리(the right to be heard)는 영어로 같은 표현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집집마다 당도해야 할 것은 가해자의 신상명세가 아닌, 피해자의 들릴 권리가 담긴 서툰 말이다.


<온유 산문집>[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여가부에서 온 우편물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