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전화

070-4384-7849

010-5465-7745

일반자료실

콩 세 알을 심은 이유

  • 날짜
    2013-12-03 18:35:36
  • 조회수
    901
옛날 농부님들은 콩을 세 알씩 심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비로소 남은 한 알로 농부가 콩을 키워 먹었던 것이다. 사람 먹을 것도 귀한 때 미물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으니 그 측은지심이야말로 성인군자나 다름없다. 그러나 콩 세 알을 심은 진짜 이유는 새, 벌레를 위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이 먹을 한 알을 확실하게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그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아마존 밀림 가운데 원주민들의 농경지가 자그만치 12%나 됐다고 한다. 그 넓은 면적에서 농사를 지었음에도 그들의 농경지는 외부인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왜? 숲을 파괴하지 않고 숲 그대로에 맞게 농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는 음지 작물을 심고, 습한 곳에는 습지에 맞는 것을 재배했다. 이렇게 자연을 지키며 먹을 것을 얻었던 아마존 원주민 또한 성인군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밀림을 파괴해 농사를 짓는 것보다 밀림을 보호하며 농사를 짓는 것이 그들에게 유익함을 몸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환경운동 단체들이 북극 이누이트인을 찾아가 물개를 잡아먹지 말라고 설득했다. 물개는 보호종이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그런데 이누이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몇 천년 물개를 잡아먹어 왔지만 우리는 결코 물개를 멸종시키지 않았다”고.

생명을 먹어온 인간은 먹는 행위로 그 생명과 먹지 않는 다른 생명까지 지켜왔다. 그게 어쩌면 진정한 공생의 삶이자 공생의 철학일 것이다. 성인군자나 고귀한 학자들만이 공생의 철학을 얘기하면 그것은 죽은 철학에 불과할 뿐이다. 철학은 하찮은 민초들의 삶으로 구현될 때 진정 살아있는 철학이 되지 않을까.

<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