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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권정생] 시를 잃어버린 아이들 중에서

  • 날짜
    2014-07-28 11:11:25
  • 조회수
    908
삭막하다 못해 살벌해져 가는 오늘날의 도시환경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그대로다. 일회용품을 찍어 내는 기계처럼 아이들도 그 기계가 되기도 하고 일회용 싸꾸려 상품이 되기도 한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책가방을 메고 똑같은 학교에 가서 똑같은 선생님께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똑같은 텔레비전으로 똑같은 쇼를 구경하면서 크는 아이들은 개성도 없고 하나같이 똑같다.

시를 익히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렇게 죽은 인간으로 키워져 사고력과 행동도 획일적으로 되어 버린다. 행여나 다른 아이와 다르게 될까봐 오히려 불안한 지경이다. 앞집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면 우리 집 아이도 배워야 하고 , 옆집 아이가 태권도를 하면 우리 아이도 태권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로 된 똑같은 집에 살며 친구보다 기계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덩치만 크고 가슴은 그야말로 옹졸하기 그지없다.  

가까운 친구를 사랑하기보다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며 평생 적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무슨 시심이 있을 수 있겠는가. 지연으로부터 격리당한 아이이들에게서 진정한 시인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머닭이 품은 알에서 병아리가 깨기를 기다리는 마음, 보리 이삭이 패고 씨알이 누렇게 익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 이런 마음만이 건강하고 힘찬 시를 낳을 수 있다. 결국 자연 속에서 살아야만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만드는 것은 어쨌거나 인위라는 가짜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우리 아이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기계에서 해방시키고 콘크리트 벽 속에서 풀려나게 해야 한다. 흙냄새 거름냄새 풀냄새를 맡게 하고 새들과 짐승들과 얘기를 하도록 하자. 괭이질을 하고 지게를 지며 땀 흘리는 농군이 되게 하자. 그래서 시인으로 살게 하자.